▲ 박지혜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br>
▲ 박지혜 경기본사 문화체육부 기자

수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우연히 작가 강요배를 만났다. 제주의 역사와 풍경을 거친 질감의 유화로 캔버스에 담아낸 그의 작품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가난한 취준생이 누리기엔 값비싸고 '럭키'한 우연이었다. 전시 관람료 1만5000원이 망설여지던 시절, 무료 전시로 문을 활짝 연 그곳엔 나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예술의 세계에 들어가길 망설이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왠지 모르게 미술관은 고상하고, 비싸고, 어려울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투박하면서 섬세하고, 따뜻하면서도 아린 그의 작품은 만나러 가기까지 망설인 게 아까울 정도로 보는 순간 관람자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몇 년 후 세계적인 팝스타 BTS의 리더 RM이 자신의 SNS에 그의 작품을 게시해, RM과 같은 예술품을 보는 안목을 가졌다는 뭔지 모를 동질감과 뿌듯함(?)까지 안겨준 건 여담이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들이 반갑다.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연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문화자원봉사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으며, 수원시립미술관은 기존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던 교육 프로그램 대상을 확대해 성인들도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데 집중했다.

동네 산책을 나온 길에, 잠시 쉬어가는 길에 들른 뮤지엄에서 평생 사랑할 작품을 만나고, 신진 작가의 새로운 작품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 특별하지 않게 만드는 건 미술관의 몫이다. 전시실 질서를 유지하고 전시해설(도슨트)에 참여하며, 양질의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해보며 문화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경험은 마음 깊은 곳에 예술의 씨앗을 심어준다.

문턱이 닳고 닳아 없어지는 미술관이 기대된다. 오늘은 어떤 미술관으로 산책을 가볼까, 즐거운 고민을 시작해보자.

/박지혜 경기본사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