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마카롱 점포, 4년째 추모
'진실의 연' 날려 희생자 위로
4·16연대 “세상이 안 변해서
이태원 참사…잊지 않을 것”
“잊지않았습니다”
또 4월.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무침. 산에 들에 상춘객들의 아우성 속 흩날리는 벚꽃은 야속하기만 하다. 그날도 그랬다. 476명의 '봄'을 싣고 인천항을 출발한 여객선...304명의 '봄'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벌써 10년, 어김없이 잔인한 4월이 찾아왔다. 우리는 노란빛으로 젖어있던 10년을 잊지않았다. 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 10년을 다시 기억하려 한다. 세월호 10년의 발자취를 기록해 온 인천일보가 잊지않기 위해 다시 한번 그날의 기억을 꺼냈다. <편집자주>
▲노란리본 꽃이 피었습니다
10번째 봄이다. 이맘 때면 어떻게들 알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누구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들에겐 벚꽃 지는 4월이면 으레 작업실로 향해있다.
아파트 단지 저 구석 깊은 곳에서 비록 벚꽃은 졌더라도 노란 리본꽃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영통노란리본공작소의 봄이자 4월 풍경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모처럼 작업실엔 활기가 돋는다. 어느 때고 특별하지 않았던 추모는 없었다만 왜인지 10주기는 더 마음이 쓰인 모양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노란 리본 주문에 끼니도 잊고 빠르게 주문량을 채워갔다. 작업대 위는 어느새 한가득 노란리본이 쌓였다.
영통노란리본공작소는 세월호 사고가 터진 직후 1000일이 되던 해인 2016년부터 노란리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작은 지극히 사소했다. 지역카페에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만든다는 소식에 하나 둘 보태기 시작한 온정의 손길이 벌써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노란리본을 요청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오게됐네요. 세월호 참사에 희생됐던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었던거죠. 리본을 만들며 별이 된 한 아이에게 이런 얘기를 건네요. 민지가 좋아하던 비스트 양요섭 오빠는 아직도 여전히 멋있어 라면서요.”
▲마카롱에 새겨진 봄
노란색 화사한 간판이 '봄'을 닮았다. 간판에 새겨진 상호는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꽤나 인상깊다. '잊지마롱'이라 써 있는 네 글자에 피식하고 미소가 새어나왔다. 진열장엔 달디단 마카롱이 형형색색 진열돼 있다. 쇼케이스 한편으로 버젓이 한자리 차지한 마카롱에 눈길이 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세월호 10주기라는 문구와 12개의 마카롱을 이어 세운 '10'이라는 글자다. 광명에서 4년째 마카롱 전문점을 운영해 온 김소희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해 오고 있다.
“점점 그날의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 것 같네요. 우리가 이토록 잊지 않으려는 건 또다시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선 안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 나부터 시작하려 오늘도 마카롱을 만듭니다.”
▲'진실의 연'이 바라는 세상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째에도 '수원 4·16연대'가 그리던 세상은 아직인 듯 하다. 한 자리에서 수십년이고 우직히 뿌리내리는 고목처럼 변화된 세상의 꿈을 담은 노란 바람들이 10년째 전해오고 있다. 4월16일이 가까워질수록 연대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연대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유난히도 파란 하늘이 내려앉았던 14일, 수원화성행궁 광장 위로 '연'이 날아 올랐다. 노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수십개의 가오리연들이 하늘을 메웠다.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띄운 '진실의 연'이다. 연을 날리며 광장을 노니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덩달아 미소짓게 만든다. 수원 4.16연대는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희생자들의 가족이자 이웃이 되고 싶단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2014년 4월16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세상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거겠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그 어떤 원인도 없이 그렇게 그날의 세월호는 바다 깊은 곳에 잠겨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아파하지 않는 세상, 안전한 세상이 될 때까지 저희는 결코 잊지않겠습니다.”
/안병선·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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