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굽이진 경사로 이동 불편
구, 이달 중 경찰과 재협의 추진
▲ 지난 17일 낮 12시쯤 인천 남동구 만수동 남동구청 사거리에 설치된 남동관문교를 건너기 위해 이승권(88)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낮 12시쯤 인천 남동구 만수동 남동구청 사거리.

왕복 8차선 대로를 달리는 차들 위에 설치된 육교 '남동관문교'를 건너기 위해 주민들이 길고 굽이진 경사로를 걷고 있었다.

몸이 불편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경사로를 오르던 사람들은 힘에 부치는 듯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도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육교를 지나던 이승권(88)씨는 “작년에 육교를 내려가다 경사 때문에 순간 휠체어가 난간 쪽으로 기울면서 깜짝 놀랐다”며 “주위에 노인들이 많이 사는데 육교를 철거하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동이 편리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맞춰 손자를 데리러 가던 박춘근(70)씨도 “나이가 들면 시력도 떨어지고 무릎도 아픈데 눈이 오는 날에는 경사로가 특히 미끄러워서 발을 내딛기도 조심스럽다”며 “가끔 멀더라도 인근 횡단보도로 우회해서 건넌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해 설치된 남동관문교가 정작 육교를 이용하는 교통약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997년에 놓인 남동관문교는 승강기가 없는 탓에 보행자들이 육교를 건너려면 매번 길이 63m의 경사로를 오르내려야 한다.

이에 주민들은 보행 편의를 위해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고, 구는 2022년 10월 경찰과 협의에 나섰으나 교통 체증 우려로 철거 계획이 무산됐다.

횡단보도는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경찰의 교통안전심의위원회에서 의결돼야만 설치할 수 있다.

구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이달 중 경찰과 재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남동관문교가 설치된 지 오래된 데다 보행자 편의를 위해 육교를 철거하는 추세이기도 하다”며 “경찰과 협의한 뒤 인근 주민들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